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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크

Inter-view, 2023-06-13

프로필사진

"이모티콘 작가 우시크"

동글동글한 얼굴에 2등신의 오동통한 몸매. 귀엽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비주얼을 가진 이 캐릭터는 하트몽이다. 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하트몽은 사람들에게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하트몽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그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라는 것을. 그래서 이번엔 작가의 이야기를 하트몽을 통해서가 아닌, 그의 목소리로 들어보기로 했다.

하트몽사진

하트몽 너무 귀엽더라고요! 하트몽은 어떻게 그리게 되신 건가요?

사실 처음엔 블루몽이었어요. 얼굴도 사람처럼 생겨서 약간 병맛스러운 컨셉의 캐릭터로 시작했었는데 이모티콘 승인을 못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는 애기 원숭이로도 해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다섯 번째 때 사랑에 빠진 원숭이라는 컨셉으로 하트몽을 만들게 됐습니다.

왜 하필 사랑에 빠진 컨셉이었나요?

연애하면서 쓰고 싶었던 이모티콘이 많았어요. 감정 표현 같은 것들. 이런 게 쌓이다 보니까 원숭이 캐릭터에 하트 문양을 넣고 접목해 보자, 해서 컨셉으로 정하게 됐어요.

많은 동물 중 왜 원숭이를 선택한 건지도 궁금해요.

원숭이로 잡은 이유는 딱히 없어요. 수많은 동물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하트몽이 최초로 승인되었어요.

원숭이 외에 또 어떤 동물 캐릭터를 그리셨나요?

물범도 있었고 곰, 토끼, 고양이, 강아지, 공룡.. 있는 건 다 그렸었습니다.

인스타툰

우시크작가 계정의 인스타툰 '거짓말 탐지기'편에서 발췌, @ushik_emot

작가님의 인스타툰 ‘거짓말 탐지기’ 편에서 말하길 하트몽을 만들 때 인기 이모티콘 작가가 되겠다는 야심이 있었다고. 그 야심, 얼마나 들어갔었나요?

야심은.. 당연히 100%였고요. (웃음) 인기 작가가 돼서 마치 제2의 망그러진 곰 작가님이 되고 싶다는 포부였죠.

포기하지 않으신 것만으로도 대단한데요. 사실 계속 미승인을 받다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제출한 하트몽이 승인됐다고 들었어요. 하트몽도 미승인이었다면 정말 그만두실 생각이었나요?

네. 제가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멋진 캐릭터들을 보면서 저도 이런 게임 캐릭터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컨셉 아티스트라는 목표를 가지고 인체와 8등신 공부를 해왔거든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 길이 아니란 생각도 들고, 매너리즘에도 빠지더라고요.

그리고 2등신의 작은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더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딱 3개월만 이모티콘을 해보자고 스스로 기한을 잡았어요. 그때까지 승인이 안 나오면 정말 마음을 두고 원래 공부했던 게임 원화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그 3개월 안에 하트몽이 나온 건가요?

3개월 끝날 때요. 그 안에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이모티콘 관련 공부를 엄청 많이 했었는데 이제 한계가 온 것 같다 싶을 때였어요. 복잡하고 어려운 8등신 그림을 그리다 2등신의 귀엽고 간단한 그림을 그리면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이었더라고요.

19번째 미승인을 받고 나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하트몽을 제출했는데 너무 많이 떨어져서 기대도 안 했거든요. 그런데 딱 승인 메일을 받은 거죠.

중간사진

이렇게 어렵게 승인받은 하트몽을 실제로 사용하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요?

진짜 응원이 엄청 돼요.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지가 커지더라고요.

아쉽게 미승인된 캐릭터들도 궁금해지는데 혹시 몇 가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네. 먼저 고양이 캐릭터인데요. 고양이한테만 오는 사춘기라는 컨셉으로 묘춘기.

고양이이모티콘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에 '스로 러온 앙'이 적혀있다.

그리고 이건 찌곰이라는 캐릭터예요. 남씨 작가님 캐릭터 중에 누렁이라고 있는데, 약간 길어요. 그 길쭉한 이목구비의 매력을 좀 참고해서 그려봤어요.

찌곰

말그대로 이목구미가 묘하게 사랑스러운 찌곰이었다.

이목구비 비율이 묘한 게.. 묘한 매력이 있네요? (웃음) 찌곰이, 묘춘기부터 하트몽까지. 작가님의 여러 캐릭터들이 있는데 진짜 캐릭터가 살아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을까요?

물론 당연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움직일 때가 가장.. 저도 보면서 좋고, 살아있는 거 같고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영상 보여주면서)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더 와닿죠.

스케치

진짜 살아있는 거 같아요. 이런 건 참고를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인기 있거나 재밌는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해석하면 더 재밌겠다.’ 생각이 들면 바로 메모하고 제작에 들어가는데요. 바로 그리진 않고 러프 스케치를 한 다음 마음에 들면 그 위에다 작업을 해요.




우시크 작가는 누구보다 도전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8등신에서 2등신의 캐릭터를 그리는 게 그렇고, 이모티콘 승인을 받기 위해 20번씩 시도하는 게 그렇다. 생각보다 더 많은 도전이 쌓여 하나의 이모티콘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런 끊임없는 도전이 그의 인생에 포기가 생길 수 없도록 만든 게 아닐까. 우시크 작가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작가님들과 소통이나 협업하는 이벤트도 많이 하시던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이런 작업을 하면 외롭거든요.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 작업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잖아요. 이 (미승인) 캐릭터 아무도 모르거든요. 다 저만 갖고 있지. 그러다 보니 다른 작가님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분들 중에는 도전하고 있거나 이모티콘 하고 싶은데 계속 안 되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런 공감대들이 있기 때문에 소통도 하고, 캐릭터 협업으로 같이 사람들에게 노출도 되고. 그런 모든 것들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 그런 마음으로 하는 것 같아요.

진짜 대단한 게 캐릭터 구상과 인스타그램 관리만으로도 바쁘실 것 같은데 최근 캐릭터 회사에 취업하셨다고. 이모티콘 작가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취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기대하는 만큼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거든요. 저도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모티콘 하면 억대로 번다, 이런 소문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고 인기 작가나 시대에 부응하는 캐릭터가 아닌 이상 다음 출시하는 분들한테 천천히 밀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하트몽도 그중에 하나였고.

그런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 멘탈적인 문제도 있어서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회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래도 첫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다 보니 멱살 잡고 여기까지 왔는데 마침 잘 된 것 같아요.

중간사진

그럼 회사 소속의 캐릭터 디자이너로서는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기업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오면 기업 의견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제작합니다. 기초부터 캐릭터 가이드라인, 2D와 3D 영상까지 완벽한 세트로 디자인해요. 저는 2D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회사 캐릭터 작업하실 때와 개인 캐릭터 작업하실 때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시작부터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가 아직 없어요. 기존에 만든 걸 가지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제가 만든 캐릭터와는 애정이랄까? 차이가 크긴 하죠. 그리고 제 개인 캐릭터를 하게 되면 자유도가 엄청 크죠.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고.

나중에 신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애정의 간극이 좀 줄어들겠네요?

네. 확실히 다를 것 같아요. 처음 스케치부터 시작한 캐릭터가 노출되면 그 애정도도 다르고 너무 뿌듯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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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다니면 전처럼 인스타그램이나 이모티콘에 시간을 쓸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확실히 시간적으로는 제한되어 있어요. 퇴근 후 9시부터 12시까지 제 개인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짧아진 시간만큼 더 집중돼요. 오늘 집 가면 뭘 해야 할지 딱 잡혀있어서 그걸 해내야 마음 편히 자게 되거든요. 주말에도 약속 없으면 작업하고.. 힘든데, 좋아요. 하하하

정말 진심이 느껴지네요. 이 일을 하시면서 캐릭터를 다양하게 접하셨을 것 같은데 본인 캐릭터 외에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너무 많은데.. 워낙 캐릭터를 좋아하다 보니까. ‘세치혀’라는 캐릭터이자 작가님이 있는데 아실지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찌글찌글해서. 대충 그린 것 같지만 정말 잘 그렸다는 게 느껴져요, 저는.

요즘엔 브랜드와 캐릭터의 콜라보가 활발하잖아요. 작가님은 만약 콜라보를 한다면 어떤 분야와 하고 싶나요?

캐릭터와 어울리는 브랜드면 다 환영할 것 같아요. 최근에 커피 브랜드에서 하트몽으로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다고 제의가 왔는데 커피가 하트몽 색깔이랑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요즘 여러 문의가 들어오면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도 많이 생겼으니까 기대해 주세요!

하트몽키링사진

오 커피랑도 잘 어울리네요. 혹시 개인적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하실 계획도 있나요?

네. 만들 줄도 알고 뭘 만들지 다 구상을 해놨어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사주실 소비자층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게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홍보하는 중이고. 이제 충분히 제작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하트몽을 통해 어떤 걸 느끼길 바라나요?

사실 지금 뭘 깊이 생각하기엔 너무 힘들잖아요, 다들. 그냥 딱 하트몽을 보면 재밌다. 귀엽다. 이 두 가지로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하트몽x아이띵소

캐릭터 드로잉하는 모습을 부탁드렸는데, 하트몽x아이띵소 컨셉으로 그려주셨다.

완성

정성스럽게 드로잉을 완성해주신 우시크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퇴근 후 뭐든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힘든데 좋다며 웃어버리는 우시크 작가가 대단했다. 그는 시간 문제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든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나아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모습이 이날 처음 만나본 나조차도 그의 야심을 응원하고, 바라게 했다.

우시크 작가의 야심은 이루어질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Editor : 김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