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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민

Inter-view,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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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노랑"

나에겐 마음속에 저장해 놓은 공간들이 있다. 다음에 저기 가봐야지, 하면서. 보통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찾은 곳이 저장되는데 그 공간은 조금 달랐다. 그 공간은 아이띵소로 출근하기 위해 대학로 골목을 걷다 보면 보이는 곳으로, 노란 지붕이 시선을 끄는 공간이었다. 나는 익숙한 거리 속 궁금한 공간에 이끌려 그곳의 주인까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정민 대표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장소사진

소품샵이 너무 예뻐요! 어떻게 노란색으로 지붕을 만들 생각을 했나요?

아, 이 집이 원래는 허름한 술집이었어요. 그런데 이 집을 딱 발견했을 때 높은 건물들 사이에 작은 집 하나가 있는 게, 동화 속 느낌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화같이 따뜻한 공간을 만들려고 하니까 어울리는 색이 노란색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아기자기한 다른 작가님들 작품을 다루기에도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어서 노란색으로 하게 됐죠.

외관이 너무 예뻐서 들어오자마자 질문을 드렸는데요. 어떤 일을 하는 분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위드 메이트'를 통해 일상에서 소소하게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제품들을 소개하고 컨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왜 소품샵을 하게 되었나요?

소품샵을 생각한 건 제가 대학교 때예요. 공모전 겸 대외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저희 팀 멘토님이 오브젝트 대표님이셨거든요. 멘토님 보면서 나중에 나도 이런 공간을 꾸미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걸 실현하게 된 건 홈 카페 할 때 컵 보면서 ‘어?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고나서부터였어요. 그 후 온라인몰로 컵을 제작해서 팔다가 어느 순간 오프라인에서 다른 작가님들 것도 같이 판매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컵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었다고 했는데 위드 메이트에도 그 컵이 있나요?

있는데.. 재고 떨어진 건 재생산을 안 하고 있어요.

이 컵은 옛날에 텀블벅에서 ‘엄마의 제주 컵’으로 판매했던 거예요. 엄마가 그림을 늦게 그리기 시작하셨는데 제주도 여행 가서 이 그림을 그려 오셨어요. 그걸 제가 일러스트로 옮겨서 만든 거예요.

그림이 위드 메이트랑 너무 닮았어요.

그래요? 생각 못 했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컵 외에 다른 것도 만드실 계획이 있나요?

네, 자체 제작 상품을 늘리고 싶어서 계획하고 있어요. 근데 저희를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아직 고민하는 단계여서 그게 가닥이 잡혀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생각 중인 게 있는데.. 엄마처럼 늦게 그림에 도전하시는 어머니들과 협업해서 제품을 제작한다든지, 의미 있는 협회에 제작을 맡겨서 진행한다든지 하는, 가치를 담은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만들어 나갈 소품들이 기대되는데요. 원래 소품을 좋아하셨어요?

진짜 좋아해요. 여행 가면 무조건 하는 일이 동네 골목에 있는 책방 들러서 동화책 사기랑 소품샵 가기예요. 그리고 거기서 한 5만 원어치 쓸어와요. (일동 웃음)

직업 특성상 진열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돋보이게 디스플레이하는 팁이 있을까요?

일단 너무 욕심내면 안 돼요. 너무 많이 놓을수록 오히려 상품이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특히 헤어핀 같은 경우엔 더욱. 그리고 소품을 많이 활용해요.

이 중에 대표님이 소장하고 있는 소품도 있나요?

전 사실 새 작품이 들어오면 ‘오 예쁜데?’ 하면서 너무 사서.. (웃음) 저는 스크런치, 그립톡, 파우치 그리고 카드 지갑도 하나 갖고 있어요. 이 인형은 제가 픽해온 건데 이것도 있어요. 엽서는 자주 사요.

위드 메이트에 소품을 입고할 때 어떤 기준이 있나요?

일단 매장 분위기하고 어울리는지를 많이 봐요. 왜냐하면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매장 분위기를 담을 수 없으면 안 좋더라고요. 저희 매장에서 잘 팔리는 작품이 다른 매장에선 안 팔리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요즘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 뭔지도 보고, 또 기존 작가님의 작품과 너무 겹치지는 않는지 보고 있어요.

분위기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위드 메이트의 분위기는 무엇인가요?

아기자기 다채로움? (웃음)




언제부턴가 나는 소품샵을 자주 찾아 다녔다. 작고 귀여운 소품들이 가득한 소품샵은 가볍게 들려서 둘러보기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과는 달리 소품샵은 절대 가볍지 않은 생각들이 모여 만들어져 있었다. 덕분에 나와 같은 손님들이 그곳에서 소소한 행복을 얻어갈 수 있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위드 메이트처럼 아이띵소 쇼룸도 대학로에 있어요. 혹시 아이띵소가 있는 걸 아시나요?

아 제가… 대학로 여기만 다녀서.. 진짜 다니는 데만 다니거든요. (웃음)

그렇군요. (웃음) 그럼 혹시 대학로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공간을 선택할 때 제가 많이 가본 거리 중에 선택해요. 전 솔직히 요즘 뜨는 곳이라고 해서 선택할 만큼의 용기는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거리 그리고 계속 가고 있는 거리 중에 선택했어요.

그렇다면 대학로의 좋은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대학로가 문화의 거리라 가족끼리, 친구끼리, 커플끼리 많이 놀러 오시잖아요. 그래서 되게 웃고 계세요. 다들 밝은 분위기로 들어오셔서 서로 선물도 해주시는데 그걸 그냥 보다 보면 저도 에너지가 나요.

대학로에 놀러 오시는 손님들을 위해 추천해주실 곳이 있을까요?

최근에 알게 된 공간인데 바로 이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는 리히터라는 카페예요. 저는 그냥 감성 카페가 아니라 사장님의 생각이 담긴 공간을 좋아하는데 그런 공간이었어요.

그리고 블루룸이란 카페도 좋아해요. 역시 고민한 공간과 세세한 배려가 좋고, 저녁에 조명이 꺼지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게 매력적이에요.

소품샵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을까요?

한 번은 5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저한테 이 공간을 직접 만든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본인이 미국에서 2~30년 동안 소품샵을 했는데 그 공간도 노란색의 레몬트리 느낌이었나 봐요.

그래서 저한테 이 공간을 멀리서 보고도 되게 궁금했다고, 이런 색으로 공간을 꾸밀 줄 아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고 하셨거든요. 저랑 되게 즐겁게 대화하다 가셨는데 그분이 기억에 남고, 힘도 얻고, 재밌어요. 아무래도 혼자 일하다 보니까.. 저는 극강의 E인 사람이라 (웃음)

보니까 혼자 일하다 보면 외로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혼자 일하는 게 어려웠던 적은 없나요?

저는 사람을 좋아해서 항상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아, 같이 일하는 사람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 일은 제가 노력만 하면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일이 되게 많을 땐 좀 벅차기도 하죠. 그래서 처음 오픈하곤 아프기도 했는데 지금은 조절을 할 수 있게 돼서 일을 분배해서 해요. 몸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혼자 일해서 좋았던 점도 궁금해요.

저는 제 기준도 되게 뚜렷하고 실행력이 좋은데, 무엇보다 제가 생각하는 것에 믿음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아무래도 같이 일하면 부딪힐 수 있으니까.

그럼 혼자 일하는 걸 추천하시나요?

음… 혼자 일하면서 직원을 두면 베스트죠. (일동 웃음) 혼자 일하는 것도 괜찮아요. 저한테도 잘 맞는 것 같고.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가꾼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거기 갔을 때 좋았는데’ 이런 식으로 공간에 대한 즐거운 기억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따뜻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해요. 그래서 손님한테도 그렇게 대하려고 하고 있어요.

위드 메이트, 서울특별시 종로구 이화동 동숭2길 3




한정민 대표를 만나고 생각했다. 공간이란 누군가 가꾸고 채워나가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걸. 가끔은 그 공간에서 혼자라는 이유로 벅차고 아플 때도 있겠지만, 따뜻함만은 여전할 것이다. 아기자기한 공간 너머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계속해서 이곳을 따뜻하게 채워나갈 테니까 말이다.


Editor : 김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