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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찾기

Script, 2024-02-22

“천사가 숨어있는 가방이 있다. 찾은 이에겐 천사가 삶에 도움을 줄 것이다.
모두 자신만의 천사를 찾아라.”

그 말만 남긴 채 신은 사라졌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게 진짜냐며 혼란스러워했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몇 사람은 천사를 찾기 위해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 들여다 봤으나 특별한 게 없자 손으로 뒤적거렸다.

“천사는 무슨 똑같.. 뭐, 뭐야? 왜이래? …악!!”

가방에 손을 넣었던 사람들이 하나 같이 기겁하며 손을 빼냈다. 영문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의문의 눈길을 보냈다.

“괜찮으세요? 왜그러세요?”
“으.. ㅅ, 손이 깨질 것 같아요… 너무 차가워요..”
“저도요.. 손이 너무 시려워서 뺐어요…”

그들은 여전히 시리다 못해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차가운 손을 꼭 부여잡은 채 말했다. 사람들의 눈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그러나 천사를 만나려면 이정도 시련은 견뎌야 하는 법. 사람들은 하나둘 가방에 손을 넣었다.

“으으…”
“으아 너무 차가워! 못하겠어…”
“하 역시 난 천사를 만날 수 없나봐.”

사람들은 절망했다. 그건 가방에 손을 넣어 휘젓고 있는 진영이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찬물만 나오는 공공시설이나 식당 화장실에서 손 씻을 때 느꼈던 시림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시림에 손을 넘어 심장까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진영은 당장이라도 손을 빼고 싶은 마음을 이를 악물고 버텼다.

‘정말 천사가 있긴 한 거야..? 아, 아냐. 신이 거짓말할 리가 없어.’

그렇게 억겁 같은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손이 곧 깨질 것 같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진영의 손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진영은 누군가 제 손을 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심장이 쿵쾅댔다. 진영은 그 손을 잡고 천천히 가방에서 빼냈다.

“처, 천사다! 진짜 천사가 있어!”
“와아…”

천사는 형형한 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경이로움에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저게 바로 천사구나. 정신을 뺏겼던 것도 잠시, 사람들은 천사가 나온 진영의 가방으로 눈을 돌렸다. ‘나도 천사 갖고 싶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치고 때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한 사람이 온몸으로 가방을 차지했을 때, 그 사람은 급히 가방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어?”

확실히 먼젓번 넣어봤던 가방과는 온도가 달랐다. 아직 천사의 온기가 남아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가방을 몇 번 뒤져봐도 천사는 없었다. 그는 허망하고 짜증나는 눈으로 제 손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가방에 손을 넣었다.

“아, 왜 천사 안 보여! 어어..? 아악 뭐야!!!”

그는 놀란 얼굴로 금세 차가워진 제 손을 끌어안았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 그때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이 혼자 천사 독차지하려고 이렇게 만든 거지?!”

그건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사람들의 눈이 순식간에 진영에게 집중되었고, 수많은 눈엔 의심, 분노, 원망, 실망, 욕망이 실렸다. 그리고 한 명이 움직이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진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영은 공격적인 분위기에 크게 당황하며 어쩔 줄 몰랐다. 그런 진영에게 사람들의 손이 막 닿으려고 한 순간, 진영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놀랐던 진영은 이내 천사가 자신을 보호해 줬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천사의 경이로운 힘에 넋을 잃고 쳐다봤다. 하지만 천사의 힘을 보면 볼수록 욕심도 늘어나는 법. 몇몇 사람들은 진영의 가방을 쟁탈해 손을 넣었다가 마찬가지로 고통스럽게 손을 뺐다. 이 과정이 반복되자 사람들이 안타까웠던 진영은 천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이들도 자신의 천사를 만날 수 있는 거냐고.

“간단합니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간절하게 천사를 찾으려고 하면 됩니다.
자신만의 천사는 어떤 가방에든 존재하니까요.”


Editor : 김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