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가방
Script, 2023-09-04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
“…네?”
화장실 앞에 서 있던 인혁이 한 쪽 귀에서 이어폰을 빼며 대답했다. 인혁은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건 사람 때문에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손에 1인 카메라 장비를 들고 있는 폼이 누가 봐도 유튜버였던 것이다. 유튜버는 인혁이 우물쭈물하고 있자 선심 쓰듯 말을 덧붙였다.
“얼굴 노출 싫으시면 편집할 때 가려드릴게요. 근데 누구 기다리세요?”
“아.. 그냥 친구 기…”
“아 역시! 여자친구 기다리시는구나~”
유튜버가 인혁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기다린 지 얼마나 됐어요?”
“얼마 안 됐어요.”
“운동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예? 갑자기요?”
“아니, 제가 저기서부터 걸어오는데 너~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벌크업해서 산만 한 덩치의 남자가! 작고 귀여운 크로스백을! 이렇게 깜찍하게 메고 있는데 지나칠 수가 있어야죠. 평소에도 여자친구 가방 자주 들어주시나 봐요?”
“하하 네, 자주 들어요.”
“너무 다정하시다~ 근데 뭔가 낯설면서도 찰떡같이 소화하시는 게.. 거의 본인 가방인데요? 여자친구한테 달라고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럴까 봐요.”
“진짜로 제가 대신 말해드릴까요? 언제쯤 나오.."
“야, 가자! 이제 좀 속이 편하네.”
그때, 화장실에서 나온 어떤 남자가 인혁의 한쪽 어깨에 손을 척 올리며 말했다.
“누구…?”
유튜버의 물음에 인혁이 답했다.
“아, 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 가방, 제 거 맞아요. 하하하”
Editor : 김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