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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택배

Script, 2024-03-22

“악!”

난 위에서 떨어진 물체에 머리를 맞고 비명을 질렀다. 사람 상체만 한 크기의 갈색 상자. 택배가 도착했다.

조금만 더 컸으면 목 나갔겠네...

나는 썩은 표정으로 택배를 열었다. 때는 2158년. 물건을 순간 이동시키는 실험이 성공한 후, 이 기술은 운송 업계에 도입됐다. 아마도 새벽 배송, 총알 배송에 열광하며 조금이라도 더 빨리 택배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한 걸 테지. 나도 처음엔 좋았다. 이 기술은 택배를 새벽도 아니고, 3시간 후도 아니고 무려 3초 후에 받게 해주니까. 그래서 3초 택배라 불리는데, 좋을 것만 같지만 사실 부작용이 심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3초 택배가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목 부러지고! 머리 깨지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3초 택배는 흉기다, 흉기다!”
“흉기다! 흉기다!”
“3일 걸려도 좋으니 안전한 택배를 원한다, 원한다!”
“원한다! 원한다!”

평생 택배를 안 받고 살 순 없으니 안전 배송을 원하는 사람들은 시위를 택했다. 나 역시 그랬다.

퍽- 퍽- 퍽-

그때 하늘에서 택배가 배송됐다. 아니, 정확히는 떨어졌다. 시위하던 사람들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움츠렸다. 나도 메고 있는 가방을 들어 재빨리 머리를 감쌌다. 떨어지는 택배로 인해 다쳐봤던 사람들이라 그 공포는 더욱 극심했다. 그렇다면 이 택배들은 누가 보냈냐고? 바로 3초 택배를 숭배하는 저 사람들이다. 사실 3초 택배에는 원하는 위치로 배송받을 수 있는 ‘지정 배송 서비스’가 있는데 구독료가 워낙 비싸 모두가 이용할 순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3초 택배를 숭배하는 저 사람들은 다 유료 지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와~ 벌써 택배가 도착했네요! 세상이 너무 좋지 않아요?”
“저기요. 사람 다칠 뻔한 거 안 보여요? 뭐 하시는 거예요?”
“내가 내 택배 받겠다는데 뭐가요.”
“뭐라고요?”
“그리고 택배 때문에 다친 거 맞아요? 나는 항상 안전하게 배송되던데.”
“그렇겠지! 그쪽들은 돈 주고 안전 배송 서비스 쓰니까!”
“안전 배송 서비스가 아니라 지정 배송 서비스요.”
“그게 그 말이죠.”
“그럼 그쪽들도 지정 배송 서비스 쓰면 되겠네.”
“누가 그걸 몰라요? 그 돈이면 우리한텐 한두 달 생활비인데 택배 받겠다고 어떻게 그 돈을 달마다 내냐고요!”
“그럼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 왜 이따위 시위를 하냐고! 우린 잘 쓰고 있는데!”
“누가 쓰지 말래요? 그냥 다 같이 안전하게 받자고 이러는 거잖아요!”
“글쎄 우린 이미 안전하다니까? 그쪽이 돈 없는 걸 왜 3초 택배에 화풀이야!”
“화풀이? 저기요. 안전은 어떤 것에 있어서든 첫 번째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화풀이가 아니라 안전을 돈으로 사야 하는 지금 사태에 대해 시위하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당신들이 죽기라도 했어?! 이러다 당신들 때문에 3초 택배 사라지면 책임질 거야? 질 거냐고!”
“말이 안 통하네요... 대체 3초 택배 관계자도 아니면서 매번 왜 훼방을 놓는 건지.”
“몰랐으면 몰랐지 3초 택배 없이 어떻게 살아! 3초 택배는 혁명이라고!”
“그게 사람보다 중요합니까?”
“어! 나는 중요해!”
“하. 진짜 사람 하나 죽어 나가야 정신 차리실 거예요?”
“그러니까 택배 때문에 사람이 왜 죽ㄴ…”
“아악..!!”

3초 택배는 혁명이라고 소리지르던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채 3초도 걸리지 않았다.


Editor : 김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