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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인

Inter-view, 2024-01-11

"글씨 작가 강성인"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글자를 주고받고, 글자는 읽기 편한 글씨체로 전달된다. 그리고 그 수많은 글자가 무색하게도 손으로 직접 쓴 글씨는 줄어들어 가는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하지만 나에게 손글씨는 어느 시대든 매력적이었고, 강성인 작가를 만나고 온 지금은 재밌는 어떤 것이 되었다.

그가 쓰는 글씨처럼 다양하고 뚜렷한 개성을 가진 강성인 작가. 글씨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이 느껴지는 강성인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면 어느새 당신도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가 있을지 모른다.

작가님이 하는 일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니 글씨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캘리그래피 작가입니다.

쓰신 캘리그래피 너무 잘 봤는데요! 캘리그래피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캘리그래피에 대한 사실 뾰족한 정의는 아직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글씨를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의 개념이 더 큰 게 캘리그래피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렇게 말하면 좀 복잡한 거고 쉽게 말해서 글씨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어서 이번 인터뷰 준비하면서 설렜거든요. 작가님은 어떻게 캘리그래피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이거는 생각보다 쉬웠어요, 대답이. ‘왜 쓰려고 했을까’라고 해서 되게 포장지를 붙여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냥, 그냥 결론은 저거 나도 할 수 있겠다였어요. 제 포인트는.

포인트가 독특하네요.

그렇죠. 솔직하게 포장지는 되게 많아요.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 누나들의 글씨를 보면서… 이런 스토리는 많거든요.

초반에 이렇게 잘 쓰지 못하셨을 때는 어느 정도 연습을 하셨나요?

아 최근에 제가 얻은 인사이트인데 저는 제가 글씨를 못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 이게 자랑이 아니고요. ‘나 못 쓰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 어려움이 없는 만큼 더 즐기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더 막 쓰니까. 거의 펜을 들고 살았어요, 모든 순간순간에. 그래서 연습 시간을 따로 갖고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펜 들고 카페에 가면 카페 이름 써서 주고 오고 이런 게 저한테는 습관처럼 취미처럼 있었는데 이제 ‘이거 살려면 얼마 내야 돼요?’가 되고, 그러니까 일이 되고, 그래서 일을 하고 있죠.

그럼 나중에 아이띵소도 한번 써주실 수 있나요?

아 제가 이거를 또 써 봤거든요. 고민을 했어요. 오시면 그냥 쓰는 걸 보여드릴까? 근데 그건 너무 엉성하잖아요. 물론 그것도 좋지만. 그래도 브랜드 이름인데 준비를 했어요.

진짜 느낌이 뭔가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의미가.

딱 보이지 않나요?

사람.

맞아요. 아이띵소 찾아보니까 일상을 걸어가는 소소한 순간에 만나는 어떤 그런 거. i가 사람이고 사실 s가 길이에요.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소소한 것들에서 얻게 되는, k는 사실 하트가 또 있거든요. 그런 소소한 행복이라는 걸 담은 거예요. 한글은 아이띵소를 발음하면 보통 아이띵→소라고 하지 않잖아요. 아이띵↑소라고 하잖아요. 그 발음 그대로 쓴 거고, 또 ‘소’에 미소가 숨겨져 있어요. 하하. 진짜 단순해요. 저는 막 머리 써서 숨겨놓는 건 안 좋아해서.

딱 봤을 때 그 느낌이 어울려요. 책상 앞에 놔둬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말씀하신 걸 봤는데, 결과물보다는 쓰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수강생분들 쓰시는 거 보면 이렇게 쓰시라고 했을 때 그게 그대로 안 써지면 화를 내세요. 근데 저는 그걸 바라지 않거든요. 너무 결과적인 거에 집착하지 말고, 그리고 결과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진짜 많거든요. 예를 들어 이 공간이 비어있어요. 그러면 그냥 도장 하나 찍으면 돼요. 만약 엽서에 썼는데 센터에 못 맞췄어. 그럼 잘라버리면 돼요. 쓴 후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엄청 많고 근데 그거에 너무 신경 써서 쓰다 보면 오히려 써야 하는 걸 못 쓰니까 그런 맥락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셔라.

캘리그래피가 기술적인 예술이라고도 하셨는데요. 그러면 어떻게 기술을 부리고, 어떤 식으로 문장을 분석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에 캘리그래피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장 조사를 했을 거잖아요. 다른 분들 거를 찾아보다 느낀 의문점은 너무 느낌적인 느낌이었어요. 저걸 어떻게 이해하지? 꽃을 꽃처럼 써보라는 질문을 어떻게 해석하지? 이런 질문이 너무 의아한 거예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꽃은 이렇게 쓰면 이쁘답니다’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전 꽃을 꽃답게 쓰는 방법을 어떻게 과정화할지 분석하기 시작한 거죠. 꽃을 생각해 보면 길쭉한 꽃도 있잖아요. 이 꽃 글자를 길쭉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할까요?

가장 오른쪽이 에디터가 쓴 꽃. 작가님이 (ㅊ)을 길쭉하게 늘려주었다.

뭔가 모음을 늘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렇죠. 근데 그냥 눈에 보이는 걸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원래 꽃이 이렇게 생겼다 하면 우리가 그 모양으로 얘를 만들 수 있겠다고 하는 거죠. 근데 중요한 건 이걸 어떻게 처음부터 생각하겠어요? 머릿속에 없는데. 그래서 이걸 하기 위해 이 기역(ㄱ) 하나 가지고도 막 써봐요. 어쨌든 저의 해답은 얘를 쪼개자. 그리고 분석을 해보자. 그래서 답을 찾아가자. 그러니까 오히려 의미 부여가 되더라고요. 아까 설명했던 것처럼 제가 ‘그냥 우연적으로 이렇게 쓰니까 이렇게 되던데요?’라고 하면 저는 그냥 그런 사람인 거잖아요. 근데 이걸 왜 썼는지 설명할 수 있으니까 이게 제 게 되는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명함이나 간판에 쓰이고 있는 작가님의 필명 ‘이니글씨’ 캘리그래피에는 어떤 의도가 들어가 있나요?

이렇게(‘니’를 가리고) 한번 읽으면

이 글씨

이렇게(‘이’를 가리고) 읽으면

니 글씨

그리고 이렇게(‘글’을 가리고) 읽으면 이니씨가 되는 거죠. 그런 재미가 하나 있고요. 사실 저한테는 글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이니 글이기도 해요. 제가 글씨를 오래 쓰다 보니까 남의 문장을 만나는 순간이 많은데 때로는 제 거를 써야 할 때도 있어요. 어쩔 수 없이 이 글하고는 제가 뗄 수가 없더라고요. 글씨도 물론 포인트이긴 하지만 저는 글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글이라고 하면 깔끔하게 타이핑된 글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친구와 메시지를 해도, 기사를 봐도, 책을 읽어도 정형화된 글씨들이 줄을 맞춰 서있다. 내용이 아닌 글씨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는 없었다. 그래서 놀라웠다. 강성인 작가의 캘리그래피에선 그의 의도가 단순하지만 정확히 느껴졌고 재밌었다. 질문 하나를 하면 도구를 가져와 직접 보여주려는 그의 손 끝에서 또 어떤 글씨가 쓰여질지 기대됐다. 글과 글씨를 떼려야 뗄 수 없듯이, 글과 강성인 작가도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듯했다.


글에서 시작하는 만큼 이런 좋은 글씨로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그런 글귀를 찾아 헤매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혹시 어떻게 글을 찾으시나요?

저는 굳이 찾아서 쓰는 편은 아니긴 해요. 대부분의 경우는 책을 읽다가 스크랩해 두거나 아니면 드라마 보다가, 노래 듣다가 이거 써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면 써요. 그리고 수강생분들이 갖고 오는 문장들이 또 이제 이만큼이거든요.

그렇게 지금까지 많은 글씨를 썼을 텐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힘이 됐던 문장은 뭔가요?

언젠가 수강생분이 갖고 왔던.. 행복은 언제나 곁에 있다. 저 문장을 갖고 오셔서 썼던 건데 그때 그런 생각이 든 거죠. 아 그렇지, 행복은 이렇게 있는데 내가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못 본 것들 이 되게 많겠다.

깨달음을 준 문장이네요. 혹시 사진도 직접 찍으신 건가요?

네. 근데 저는 직업병이 항상 여백을 보면서 다녀요. 사진을 보더라도 꽉 차 있는 거 싫어해요. 그럼 글씨 쓸 공간이 없거든요.

작가님에게 캘리그래피는 취미랑 일. 두 가지 역할을 다 하는 것 같아요. 그 선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해요.

답은 돈인 것 같아요. 돈이 들어오면 일이고, 돈이 안 들어오면 취미고.

그러면 그냥 쓰는 거에 힐링을 받으시고?

아 근데 그 힐링 받는 포인트는 조금 더 달라지는 게, 돈이 들어올 때도 힐링을 하긴 하거든요. 이제 금융 마사지도 받으니까. 제가 글씨 쓰면서 만나는 문제는 글씨가 아니라, 글씨로 인해서 생긴 소통에 대한 어려움이거든요. 그럴 때 거기에 끌려다니니까 답이 없는 거예요. 근데 이게 글씨로 소통하려고 하니까 답이 나오는 거죠.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차라리 써서 보여주고 그걸 해소해 주는 과정. 근데 저는 독학이기도 하니깐요. 제가 쌓아온 이론을 증명하려고 계속 치열하게 사는 것 같아요. 그걸 증명하는 과정이 저한텐 좀 필요해서 그 과정이 요새 들어서의 힐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요새는 제 글씨 말고요. 제 앞에서 쓰시는 수강생분들 글씨가 참 힐링이 많이 돼요. 오래된 분들이 있는데 물론 슬럼프도 오고 이걸 왜 하는 건가 현타도 오지만 그걸 이겨낸 거를 글씨로 증명하시거든요. 그럼 저는 되게 보람 있는 것 같아요.

글씨는 무언가로 써야 하는 건데, 가장 좋아하는 펜이 있을까요?

제가 요새 제일 좋아하는 건 이게 근본이 붓이다 보니까 붓을 뺄 수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영역의 최상위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붓을 맨날 들고 다니면서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제노붓펜을 제일 추천하고 자주 쓰는 것 같아요. 이게 생각보다 잉크도 진하고 잘 써지거든요.

이전에 유성 매직으로 쓰거나, 쓰레기통 배경으로도 썼던데 혹시 안 써본 것 중에 앞으로 써보고 싶은 도구나 배경이 있을까요?

저는 특이한 도구를 찾아서 쓴 게 아니고 그 사물이 갖고 있는 질감이 좋아서 쓴 거거든요. 여기서 제가 캘리그래피를 추구하는 방향이 하나가 나오는데, 저는 뭐로 써도 바뀌지 않는 건 글씨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아이패드 캘리그래피, 수채 캘리그래피, 펜 캘리그래피 요새 이름 엄청 많잖아요. 근데 바뀌지 않는 건 글씨거든요. 불리는 이름마다 클래스가 다 붙는데 그걸 다 배우지 마셔라. 뭐로 쓰더라도 이 글씨에 대한 걸 좀 배우고 이 아웃풋은 마음대로 하셔라. 그리고 제가 써보고 싶은 건 커피를 엄청 좋아하는데 커피와 글씨를 좀 어떻게 연결 짓고 싶거든요. 근데 그냥 커피를 잉크로 쓰는 건 뻔하고 뭔가 참신한 게 나중에 생기면 커피랑 같이 할 수 있는 어떤 글씨를 만들고 싶다는 건 있어요.

작가님이 쓰면 사실 어떤 걸로 쓰든 다 작품 같거든요. 혹시 쓸 때 스스로 ‘이거 작품이다!’라고 생각한 적 없을까요?

음… 딱 썼을 때 이거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잖아요. 제 개인적으로 잘 썼건 못 썼건 상관없이 그럴 때 보여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아요. ‘이거 왜 썼어?’라는 질문에 해답이 거기 안에 있어야 해요. 그게 없으면 사실 그냥, 그냥 종이인 거죠.
그리고 제가 고민을 좀 다르게 생각해 봤는데 쓰면서 제가 진짜 즐겁다고 느끼고 누군가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뭐가 있을까 했을 때 오히려 그냥 상황을 쓰는 말들 있잖아요. 막 저는 ‘초대합니다. 두두두두’ 이렇게 잘 못 해요. 그러니까 그냥 ‘와’. 단어만 써도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거든요, 제가? 그런 거 쓰는 걸 좋아해요. 보여주려고 인스타에 올리는 것보다 사실 실생활에서 이렇게 써서 지나가는 게 더 많아요. 이런 글씨에 활용하는 게 캘리그래피의 진짜 재미거든요. 제 글씨가 대단한 곳에 걸리는 것도 물론 좋죠. 예술의 전당에 전시되고, 광화문 글판에 쓰여 있고 이러면 너무 좋겠긴 한데 그것보다 이렇게 생활 곳곳에 볼 수 있는 게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마지막 목표인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청춘은 저랑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투박하게 말하면 청춘은 늙은 사람들의 언어라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청춘들은 청춘이란 표현 안 쓰잖아요. MZ가 MZ라고 표현 안 하듯이. 그리고 보통 청춘을 되게 지나간 것에 빗대어 표현하잖아요. 그래서 청춘은 나랑 상관없는 얘기라 생각하고 살려고 해요.




어떤 도구로 써도 바뀌지 않는 건 글씨 그리고 글씨를 쓰는 사람이다. 강성인 작가는 스스로 ‘재능충’이라고 지칭하곤 했지만, 재능에 더해진 노력이 바뀌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즐거워하며 노력했던 시간이 느껴져서 인간적으로 신기하고 부러울 정도였다.
포장지를 입지 않은 매력 있는 사람의 글씨를 봐서였을까. 마음에만 뒀던 캘리그래피에 대한 관심이 살아났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에게서 제노붓펜을 하나 사서 돌아갔다.


Editor : 김수미





강성인

Inter-view, 2024-01-11

"글씨 작가 강성인"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글자를 주고받고, 글자는 읽기 편한 글씨체로 전달된다. 그리고 그 수많은 글자가 무색하게도 손으로 직접 쓴 글씨는 줄어들어 가는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하지만 나에게 손글씨는 어느 시대든 매력적이었고, 강성인 작가를 만나고 온 지금은 재밌는 어떤 것이 되었다.

그가 쓰는 글씨처럼 다양하고 뚜렷한 개성을 가진 강성인 작가. 글씨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이 느껴지는 강성인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면 어느새 당신도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가 있을지 모른다.

작가님이 하는 일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니 글씨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캘리그래피 작가입니다.

쓰신 캘리그래피 너무 잘 봤는데요! 캘리그래피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캘리그래피에 대한 사실 뾰족한 정의는 아직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글씨를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의 개념이 더 큰 게 캘리그래피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렇게 말하면 좀 복잡한 거고 쉽게 말해서 글씨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어서 이번 인터뷰 준비하면서 설렜거든요. 작가님은 어떻게 캘리그래피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이거는 생각보다 쉬웠어요, 대답이. ‘왜 쓰려고 했을까’라고 해서 되게 포장지를 붙여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냥, 그냥 결론은 저거 나도 할 수 있겠다였어요. 제 포인트는.

포인트가 독특하네요.

그렇죠. 솔직하게 포장지는 되게 많아요.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 누나들의 글씨를 보면서… 이런 스토리는 많거든요.

초반에 이렇게 잘 쓰지 못하셨을 때는 어느 정도 연습을 하셨나요?

아 최근에 제가 얻은 인사이트인데 저는 제가 글씨를 못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 이게 자랑이 아니고요. ‘나 못 쓰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 어려움이 없는 만큼 더 즐기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더 막 쓰니까. 거의 펜을 들고 살았어요, 모든 순간순간에. 그래서 연습 시간을 따로 갖고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펜 들고 카페에 가면 카페 이름 써서 주고 오고 이런 게 저한테는 습관처럼 취미처럼 있었는데 이제 ‘이거 살려면 얼마 내야 돼요?’가 되고, 그러니까 일이 되고, 그래서 일을 하고 있죠.

그럼 나중에 아이띵소도 한번 써주실 수 있나요?

아 제가 이거를 또 써 봤거든요. 고민을 했어요. 오시면 그냥 쓰는 걸 보여드릴까? 근데 그건 너무 엉성하잖아요. 물론 그것도 좋지만. 그래도 브랜드 이름인데 준비를 했어요.

진짜 느낌이 뭔가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의미가.

딱 보이지 않나요?

사람.

맞아요. 아이띵소 찾아보니까 일상을 걸어가는 소소한 순간에 만나는 어떤 그런 거. i가 사람이고 사실 s가 길이에요.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소소한 것들에서 얻게 되는, k는 사실 하트가 또 있거든요. 그런 소소한 행복이라는 걸 담은 거예요. 한글은 아이띵소를 발음하면 보통 아이띵→소라고 하지 않잖아요. 아이띵↑소라고 하잖아요. 그 발음 그대로 쓴 거고, 또 ‘소’에 미소가 숨겨져 있어요. 하하. 진짜 단순해요. 저는 막 머리 써서 숨겨놓는 건 안 좋아해서.

딱 봤을 때 그 느낌이 어울려요. 책상 앞에 놔둬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말씀하신 걸 봤는데, 결과물보다는 쓰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수강생분들 쓰시는 거 보면 이렇게 쓰시라고 했을 때 그게 그대로 안 써지면 화를 내세요. 근데 저는 그걸 바라지 않거든요. 너무 결과적인 거에 집착하지 말고, 그리고 결과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진짜 많거든요. 예를 들어 이 공간이 비어있어요. 그러면 그냥 도장 하나 찍으면 돼요. 만약 엽서에 썼는데 센터에 못 맞췄어. 그럼 잘라버리면 돼요. 쓴 후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엄청 많고 근데 그거에 너무 신경 써서 쓰다 보면 오히려 써야 하는 걸 못 쓰니까 그런 맥락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셔라.

캘리그래피가 기술적인 예술이라고도 하셨는데요. 그러면 어떻게 기술을 부리고, 어떤 식으로 문장을 분석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에 캘리그래피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장 조사를 했을 거잖아요. 다른 분들 거를 찾아보다 느낀 의문점은 너무 느낌적인 느낌이었어요. 저걸 어떻게 이해하지? 꽃을 꽃처럼 써보라는 질문을 어떻게 해석하지? 이런 질문이 너무 의아한 거예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꽃은 이렇게 쓰면 이쁘답니다’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전 꽃을 꽃답게 쓰는 방법을 어떻게 과정화할지 분석하기 시작한 거죠. 꽃을 생각해 보면 길쭉한 꽃도 있잖아요. 이 꽃 글자를 길쭉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할까요?

가장 오른쪽이 에디터가 쓴 꽃. 작가님이 (ㅊ)을 길쭉하게 늘려주었다.

뭔가 모음을 늘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렇죠. 근데 그냥 눈에 보이는 걸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원래 꽃이 이렇게 생겼다 하면 우리가 그 모양으로 얘를 만들 수 있겠다고 하는 거죠. 근데 중요한 건 이걸 어떻게 처음부터 생각하겠어요? 머릿속에 없는데. 그래서 이걸 하기 위해 이 기역(ㄱ) 하나 가지고도 막 써봐요. 어쨌든 저의 해답은 얘를 쪼개자. 그리고 분석을 해보자. 그래서 답을 찾아가자. 그러니까 오히려 의미 부여가 되더라고요. 아까 설명했던 것처럼 제가 ‘그냥 우연적으로 이렇게 쓰니까 이렇게 되던데요?’라고 하면 저는 그냥 그런 사람인 거잖아요. 근데 이걸 왜 썼는지 설명할 수 있으니까 이게 제 게 되는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명함이나 간판에 쓰이고 있는 작가님의 필명 ‘이니글씨’ 캘리그래피에는 어떤 의도가 들어가 있나요?

이렇게(‘니’를 가리고) 한번 읽으면

이 글씨

이렇게(‘이’를 가리고) 읽으면

니 글씨

그리고 이렇게(‘글’을 가리고) 읽으면 이니씨가 되는 거죠. 그런 재미가 하나 있고요. 사실 저한테는 글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이니 글이기도 해요. 제가 글씨를 오래 쓰다 보니까 남의 문장을 만나는 순간이 많은데 때로는 제 거를 써야 할 때도 있어요. 어쩔 수 없이 이 글하고는 제가 뗄 수가 없더라고요. 글씨도 물론 포인트이긴 하지만 저는 글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글이라고 하면 깔끔하게 타이핑된 글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친구와 메시지를 해도, 기사를 봐도, 책을 읽어도 정형화된 글씨들이 줄을 맞춰 서있다. 내용이 아닌 글씨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는 없었다. 그래서 놀라웠다. 강성인 작가의 캘리그래피에선 그의 의도가 단순하지만 정확히 느껴졌고 재밌었다. 질문 하나를 하면 도구를 가져와 직접 보여주려는 그의 손 끝에서 또 어떤 글씨가 쓰여질지 기대됐다. 글과 글씨를 떼려야 뗄 수 없듯이, 글과 강성인 작가도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듯했다.


글에서 시작하는 만큼 이런 좋은 글씨로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그런 글귀를 찾아 헤매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혹시 어떻게 글을 찾으시나요?

저는 굳이 찾아서 쓰는 편은 아니긴 해요. 대부분의 경우는 책을 읽다가 스크랩해 두거나 아니면 드라마 보다가, 노래 듣다가 이거 써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면 써요. 그리고 수강생분들이 갖고 오는 문장들이 또 이제 이만큼이거든요.

그렇게 지금까지 많은 글씨를 썼을 텐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힘이 됐던 문장은 뭔가요?

언젠가 수강생분이 갖고 왔던.. 행복은 언제나 곁에 있다. 저 문장을 갖고 오셔서 썼던 건데 그때 그런 생각이 든 거죠. 아 그렇지, 행복은 이렇게 있는데 내가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못 본 것들 이 되게 많겠다.

깨달음을 준 문장이네요. 혹시 사진도 직접 찍으신 건가요?

네. 근데 저는 직업병이 항상 여백을 보면서 다녀요. 사진을 보더라도 꽉 차 있는 거 싫어해요. 그럼 글씨 쓸 공간이 없거든요.

작가님에게 캘리그래피는 취미랑 일. 두 가지 역할을 다 하는 것 같아요. 그 선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해요.

답은 돈인 것 같아요. 돈이 들어오면 일이고, 돈이 안 들어오면 취미고.

그러면 그냥 쓰는 거에 힐링을 받으시고?

아 근데 그 힐링 받는 포인트는 조금 더 달라지는 게, 돈이 들어올 때도 힐링을 하긴 하거든요. 이제 금융 마사지도 받으니까. 제가 글씨 쓰면서 만나는 문제는 글씨가 아니라, 글씨로 인해서 생긴 소통에 대한 어려움이거든요. 그럴 때 거기에 끌려다니니까 답이 없는 거예요. 근데 이게 글씨로 소통하려고 하니까 답이 나오는 거죠.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차라리 써서 보여주고 그걸 해소해 주는 과정. 근데 저는 독학이기도 하니깐요. 제가 쌓아온 이론을 증명하려고 계속 치열하게 사는 것 같아요. 그걸 증명하는 과정이 저한텐 좀 필요해서 그 과정이 요새 들어서의 힐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요새는 제 글씨 말고요. 제 앞에서 쓰시는 수강생분들 글씨가 참 힐링이 많이 돼요. 오래된 분들이 있는데 물론 슬럼프도 오고 이걸 왜 하는 건가 현타도 오지만 그걸 이겨낸 거를 글씨로 증명하시거든요. 그럼 저는 되게 보람 있는 것 같아요.

글씨는 무언가로 써야 하는 건데, 가장 좋아하는 펜이 있을까요?

제가 요새 제일 좋아하는 건 이게 근본이 붓이다 보니까 붓을 뺄 수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영역의 최상위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붓을 맨날 들고 다니면서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제노붓펜을 제일 추천하고 자주 쓰는 것 같아요. 이게 생각보다 잉크도 진하고 잘 써지거든요.

이전에 유성 매직으로 쓰거나, 쓰레기통 배경으로도 썼던데 혹시 안 써본 것 중에 앞으로 써보고 싶은 도구나 배경이 있을까요?

저는 특이한 도구를 찾아서 쓴 게 아니고 그 사물이 갖고 있는 질감이 좋아서 쓴 거거든요. 여기서 제가 캘리그래피를 추구하는 방향이 하나가 나오는데, 저는 뭐로 써도 바뀌지 않는 건 글씨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아이패드 캘리그래피, 수채 캘리그래피, 펜 캘리그래피 요새 이름 엄청 많잖아요. 근데 바뀌지 않는 건 글씨거든요. 불리는 이름마다 클래스가 다 붙는데 그걸 다 배우지 마셔라. 뭐로 쓰더라도 이 글씨에 대한 걸 좀 배우고 이 아웃풋은 마음대로 하셔라. 그리고 제가 써보고 싶은 건 커피를 엄청 좋아하는데 커피와 글씨를 좀 어떻게 연결 짓고 싶거든요. 근데 그냥 커피를 잉크로 쓰는 건 뻔하고 뭔가 참신한 게 나중에 생기면 커피랑 같이 할 수 있는 어떤 글씨를 만들고 싶다는 건 있어요.

작가님이 쓰면 사실 어떤 걸로 쓰든 다 작품 같거든요. 혹시 쓸 때 스스로 ‘이거 작품이다!’라고 생각한 적 없을까요?

음… 딱 썼을 때 이거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잖아요. 제 개인적으로 잘 썼건 못 썼건 상관없이 그럴 때 보여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아요. ‘이거 왜 썼어?’라는 질문에 해답이 거기 안에 있어야 해요. 그게 없으면 사실 그냥, 그냥 종이인 거죠.
그리고 제가 고민을 좀 다르게 생각해 봤는데 쓰면서 제가 진짜 즐겁다고 느끼고 누군가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뭐가 있을까 했을 때 오히려 그냥 상황을 쓰는 말들 있잖아요. 막 저는 ‘초대합니다. 두두두두’ 이렇게 잘 못 해요. 그러니까 그냥 ‘와’. 단어만 써도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거든요, 제가? 그런 거 쓰는 걸 좋아해요. 보여주려고 인스타에 올리는 것보다 사실 실생활에서 이렇게 써서 지나가는 게 더 많아요. 이런 글씨에 활용하는 게 캘리그래피의 진짜 재미거든요. 제 글씨가 대단한 곳에 걸리는 것도 물론 좋죠. 예술의 전당에 전시되고, 광화문 글판에 쓰여 있고 이러면 너무 좋겠긴 한데 그것보다 이렇게 생활 곳곳에 볼 수 있는 게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마지막 목표인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청춘은 저랑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투박하게 말하면 청춘은 늙은 사람들의 언어라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청춘들은 청춘이란 표현 안 쓰잖아요. MZ가 MZ라고 표현 안 하듯이. 그리고 보통 청춘을 되게 지나간 것에 빗대어 표현하잖아요. 그래서 청춘은 나랑 상관없는 얘기라 생각하고 살려고 해요.




어떤 도구로 써도 바뀌지 않는 건 글씨 그리고 글씨를 쓰는 사람이다. 강성인 작가는 스스로 ‘재능충’이라고 지칭하곤 했지만, 재능에 더해진 노력이 바뀌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즐거워하며 노력했던 시간이 느껴져서 인간적으로 신기하고 부러울 정도였다.
포장지를 입지 않은 매력 있는 사람의 글씨를 봐서였을까. 마음에만 뒀던 캘리그래피에 대한 관심이 살아났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에게서 제노붓펜을 하나 사서 돌아갔다.


Editor : 김수미